오스트리아 출신의 알렉산더 피스터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금융업에 종사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는 게임 에이전시인 화이트 캐슬을 통해서 자신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었는데, 첫 게임은 독일 제작사인 퍼블릭 솔루션이 만든 가족용 전자 게임 [이비오]의 캐러비안 테마 확장팩이었습니다.
따라서 온전히 그의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고 할 수 있는 첫 게임은 2010년에 출시한 [자반도르의 광산]입니다. 룩아웃 게임즈의 힛트작인 2004년작 [자반도르의 셉터]가 그 성공에 힘입어 세계관을 넓히면서 작가만 달리하여 만들어진 세번째 스탠드얼론 게임이었는데요, 원작 게임의 명성과 디자인을 맡은 클레멘스 프란츠의 작업 덕분에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생각만큼의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피스터를 세간에 알린 게임은 역시 2014년의 [포트 로얄]이었습니다. 전해에 발표한 [Händler der Karibik]의 리메이크로 대형 퍼블리셔인 페가수스를 통해 출시된 [포트 로얄]은 푸시 유어 럭 게임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확장까지 나오면서 페가수스의 미니박스 라인업 가운데서도 인기있는 프랜차이즈가 되었습니다.
2015년은 피스터에게 큰 의미가 되는 해였습니다. 우선 그의 첫 번째 빅박스 게이머스 게임인 [뭄바사]가 출시 직후 호평을 받으면서 화제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덱빌딩, 그리고 영향력이 잘 조화된 [뭄바사]는 순식간에 긱 랭킹의 상위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게이머들에게 알리게 해주었습니다.
한편 유명 제작사인 알레아는 자사의 미디엄 박스 시리즈 중 인기있었던 게임인 [마녀의 물약]을 리메이크 하기 위해 디자이너인 안드레아스 펠리칸에게 문의를 했는데, 이 게임의 리메이크 과정에서 함께 협업자로 선택한 디자이너가 바로 알렉산더 피스터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게임이 바로 [브룸 서비스]였습니다.
[브룸 서비스]는 2014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SDJ)에서 복잡한 게임 부문을 비롯해 여러 시상식에서 수확을 거뒀고, 이 영향으로 해당 게임의 카드 버전까지도 출시가 되었습니다.
좋은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룩아웃 게임에서 공동으로 [스카이 섬]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 역시 인기를 거두며 이후 확장들이 더 만들어 졌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2015년을 보낸 피스터는 이듬해인 2016년 그의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 게임인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을 출시합니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그웨트'는 덱빌딩을 동력으로 삼아 정해진 트랙을 지나가면서 필요한 요소들을 해결하고, 개인보드에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오픈하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뭄바사]에 이어 알렉산더 피스터의 팬덤을 끌어 올린 게임이 되었습니다.
알렉산더 피스터는 이제 게임 출시 때마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는 명실상부 인기 작가가 되었습니다.
피스터, 다시 바다로...마라카이보
마라카이보는 2019년 영국 버밍엄에서 있었던 UK 게임 엑스포에서 처음 예고가 된 게임이었습니다.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과 후속작인 [블랙아웃 홍콩]으로 이미 한창 상승 곡선을 그린 피스터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에센에서 출시되기로 한 게임임에도 진작부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간 독일의 유명 게임 작가들은 기존의 유명한 퍼블리셔들이 아닌, 새로운 신생 업체들에서 자신의 작품을 내면서 퍼블리싱 업체들의 인큐베이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슈테판 펠트의 [트라야누스]를 출시한 암모나이트, 우베 로젠버그의 [코티지 가든]을 출시한 (보드게임 카페로 시작한) 에디션 슈필비세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마라카이보 역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출시 회사는 생소한 게임스업이었습니다. 게임스업은 2016년부터 오래된 해외 게임의 독일어 리퍼블리싱-마틴 월레스의 [모드레드]의 리메이크인 [어라이벌], 아이언 게임즈의 [포르토 카르타고]의 리메이크인 [카르타고]-을 주로 해왔고,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 게임으로는 마라카이보가 첫 작품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UK 게임 엑스포에서 출시 확정을 언급한지 5개월여 뒤 마라카이보는 2019년 에센 페어에서 소개가 되었지만, 제작사인 게임스업이 독립 부스가 없었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제작사인 ([오를레앙]으로 유명한) DLP의 부스 한 켠에 시연석을 마련했고, 판매 역시 매대의 한 켠에서 소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기대작이었던 것에 비해 에센 현장에서의 소개는 열악했습니다. 플레이 공간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게임임에도 간이 테이블을 활용해야했고, 행사 장소가 독일이니만큼 독어판으로 시연을 하다가 상황에 따라 영문판 체험팀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4일의 페어기간 동안에도 편하게 플레이를 해볼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습니다.
붐업은 에센 이후였습니다. 마라카이보의 영문판 유통을 맡은 (최근 뜨고 있는) 미국의 캡스톤 게임즈의 영문판 정식 출시 이후 플레이 해본 이들의 후기 등이 보드게임긱에 오르내리며 마라카이보는 출시 후 1년여만에 보드게임긱 50위권대에 진입했고, 한글판 출시를 앞둔 현재는 36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마라카이보 출시 이후 제일 많은 이슈는 역시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과의 유사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플레이어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가며 멈춘 지점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것, 그리고 개인 보드 상에 막혀있는 부분들을 개방하면서 새로운 능력들이 더해진다는 점 등이 분명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두어가지의 요소를 제외하면 다른 요소들도 많습니다. 카드 의존도가 크되, 덱빌딩 형태가 아닌 핸드에 있는 카드를 비용지불 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 돈의 개념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자금이 박하기는 엄청 박합니다), 항해뿐만이 아닌 탐험팀의 이동으로 부가적인 혜택이나 점수를 얻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에서는 전투 시스템이 독특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상선이다보니 전투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기 보다는 3대 강국인 영국, 프랑스, 스페인 군대 중 한 곳에 지원을 해서 함께 한 국가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때 얼마만큼의 전투력으로 기여를 하느냐에 따라 단순하게 영향력만 높일 수도 있고, 좀 더 강력한 전투력으로 해당 국가가 카리브해 이곳 저곳에 실질적인 점령지를 늘리는 것을 도울 수 도 있습니다.
게임이 종료되면, 보드 전역에 영향력을 최대한 넓힌 국가들이 가려지고, 각 국가별로 기여도가 가장 큰 플레이어들은 높은 배율의 점수를 얻을 수 가 있습니다.
이렇듯 마라카이보는 항해/탐험 게임에서 떠올릴 법한 다양한 요소들을 제법 전략적인 흐름에 잘 녹인 게임입니다. 승점을 얻는 경로는 다양하며, 게임마다 사용하는 카드 역시 150여장에 달하고, 그 중 일부는 매번 바뀌기 때문에 사용하는 카드마다 게임에 변주가 됩니다.
또 요즘 유행(?) 추세에 따라 솔로 플레이도 가능한데, 단순한 점수 도전 형태가 아닌 가상의 적인 '진'과 1:1로 매칭을 벌이는 형태여서 나름의 도전과 응분의 분위기도 고취시킵니다.
플레이시에는 세팅 카드에 따라 난이도의 조절이 가능하며, 여러명의 플레이어들이 일정한 스토리를 따라가며 플레이를 하는 레거시 형태의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레거시 방식의 게임에는 나름 진득한 스토리가 담겨있는데, 일종의 반전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진중한 플롯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카드 내용을 미리 보시고 스포일러를 당하는 일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늦어진 한글판 죄송합니다. 아울러 메탈코인과 프로모, 확장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던 것에 비해 한글판 제작이 늦어지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여러가지 여건때문에 실제 제작 진행 시작도 오래걸렸거니와, 제작사 쪽에서도 3쇄까지 나오는 동안 있게 된 소소한 오류등이 수정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수정한 버전으로 한글판을 내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사실 해외판의 오류들은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
아울러 마라카이보 메탈 코인도 출시와 함께 동시에 판매됩니다. 인기 작품이니만큼 메탈 코인도 역시 화제가 되었었는데, 해외에서는 초판으로 나온 1쇄의 구성 (1더블룬 8개, 2더블룬 12개, 5더블룬 28개)가 비율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서, 변경되어 나온 2쇄(1더블룬 14개, 2더블룬 11개, 5더블룬 23개)에 맞춘 수량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작 지연은 만들어 놓은 코인들을 2쇄 기준에 맞춰 리패키징 하는 과정도 한 몫했습니다. ㅠㅜ)
이번에는 보드엠이 관할하는 공장에서 메탈 코인 제작을 진행했는데, 좋은 퀄리티로 잘 나왔다고 자평할 만큼 손맛이 좋습니다. 게임 중 용도가 자주 쓰이는 구성품이니만큼 게임을 기다리신 팬들께서는 많은 기대를 해주셔도 좋을듯 합니다. 메탈 코인은 본 제품에 비해 생산 수량이 적다는 점도 주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런칭과 함께 증정하는 프로모는 'Flyind Dutchman' 프로모와 'Armada' 확장입니다. 전자가 프로모라면, 후자는 일종의 확장팩이어서 전자보다 게임에 주는 변화가 더 큰 편입니다. '플라잉 더치맨'은 이벤트 타일로 좀 OP 스런 감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위트있는 게임을 즐길때 좋고, '함대' 확장은 새로운 경력 카드와 프로젝트 카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은 전략적인 진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애초에 진행하려고 샘플까지 나왔던 1장짜리 프로모 카드인 'Monument'는 제작사와의 협의에 따라 이번에는 증정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완전히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며, 혹여라도 추후에 확장팩인 'Uprising'의 한글판이 결정되면 그때라도 증정품으로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마라카이보는 10월 7일 오후 12시에 런칭합니다. 오래동안 기다려온 찐 유로 게임 마라카이보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