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ke Luft in der Gruft]는 번역하자면 '무덤 안의 무거운 공기'라는 뜻입니다. 어찌보면 좀 무시무시한 제목인데, 실상은 2004년 독일의 보드게임 제작사인 조흐(Zoch)에서 출시된 패밀리 게임의 제목입니다. 게임의 디자이너는 이전까지 라벤스부르거나 하바에서 어린이 게임을 만든 노버트 프뢰나였습니다.
Dicke Luft in der Gruft (2004) 초판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이슈가 되면서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핀란드 등으로 수출되었습니다. [Dicke Luft in der Gruft]의 영문판 제목은 [Dawn Under]로 'Down Under'라는 표현에서 'Down'을 새벽을 의미하는 'Dawn'으로 비튼 제목이었습니다.
영문판인 [Dawn Under] 당시 유명한 독일 게임들을 재빠르게 영문판 판권을 따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리오그란데가 출시 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억력 게임이지만, 다른 플레이어 실수하는 거 보면서 조소(?)를 날리는 재미가 성인들에도 만만치 않았기에 대중화할만한 여지가 더 많았습니다. [토바고], [마닐라], [맹그로비아], [치킨차차] 등 그간 어린이까지 아우르는 가족용 게임을 내온 조흐의 포지션에 아주 적절한 게임이었습니다. 2004년 SDJ 후보 지명은 당연했고, 같은해 DSP 어린이 부문 보드게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한글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내놓은 [Dawn Under]의 한글판 제목은 [드라큘라 잠재우기]였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뱀파이어'나 '흡혈귀 (사실 흡혈귀라는 단어는 잘 안쓰는 편이기도하죠)'같은 표현보다 대표적인 뱀파이어인 드라큘라가 더 유명했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겨운 한글판 [드라큘라 잠재우기]
조흐사는 언제나 독특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구성품들로 유명했는데, [Dawn Under]에서는 당시에 흔치 않았던 2중 레이어 보드가 바로 이 게임의 주요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최근에야 개인 보드 등에서 토큰등을 놓는 자리의 편의성을 위해서 레이어 보드를 사용하지만, [Dawn Under]에서는 뱀파이어의 타일을 놓는 자리 위에 관뚜껑 타일을 놓아야 하기에 2중으로 된 게임 보드가 무조건적인 필수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당시 제작 가격이 꽤 높은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게임 플레이 (사진은 신판 이미지입니다.)
게임 시작시 플레이어들은 똑같은 수의 뱀파이어들을 자신의 앞에 놓습니다. 게임 보드 위의 묘지 자리에는 관뚜껑들을 보이지 않게 덮어 놓는데, 자신의 뱀파이어와 같은 색깔의 관뚜껑이 있는 묘지에 해당 뱀파이어를 재울 수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기억력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만약 실수로 빈 묘지를 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이미 뱀파이어가 자고 있는 묘지, 혹은 누군가가 마늘을 넣으둔 묘지를 열면 상대방의 뱀파이어를 떠안게 되기 때문에 승리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게임 플레이 (사진은 신판 이미지입니다.)
60개의 묘지 자리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경쟁이 붙었다 해도 자신의 뱀파이어 열댓명을 넣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뱀파이어를 서너명 정도 각자 집어넣은 다음부터는 머리가 하얗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저 자리만큼은 절대로 아닌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이 끝나고도 빈 묫자리일 수도 있고, 분명히 아까부터 찜해놓은 자리인데도 열어보면 마늘이나 뱀파이어가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합니다.
그 중 역시 압권은 게임이 끝나고 모든 관뚜껑을 열었을 때, 의외로 많이 널려있는 빈 묫자리들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게임 플레이 (사진은 신판 이미지입니다.)
게임 후반부 가서는 첨예한 기억력 보다는 그저 '실수나 안하고 넘어가면 남이 실수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나가는 게임이 됩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실수를 기대하면서 오가는 언플도 점점 드세지고요. 특히 (정말 어처구니 없이) 자신이 넣어든 마늘을 발견하거나, 3번째의 말뚝을 받아서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로부터 뱀파이어를 하나씩 받는 경우가 생기면 그야말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쾌재가 터집니다.
이런 재미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절판후에도 충분히 재판이 될 법한 게임이었지만 나오지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의아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제작사인 라이프스타일 게임즈. 그리고 새로 나온 [Dawn Under]의 영문판
이 재미난 게임을 복각한 곳은 러시아의 제작사인 라이프스타일 보드게임즈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당연히-그림을 좀 더 귀여운 아트워크로 바꿨고, 이제는 보드게임 공장에서 익숙해진 2중 레이어 게임 보드 양산 방식을 도입하여, 10여년전 보다도 꽤나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Dawn Under]는 새벽의 뱀파이어라는 이름으로 다시 여러분들께 선을 보입니다. 2021년에 처음으로 출시되는 블룸게임즈 라인이며, 2인부터 6인까지 많은 인원들을 커버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선보이기에 적절한 게임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