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스 임 글뤽은 [카르카손], [석기시대] 등으로 알려진 굴지의 게임 제작사입니다. 아울러 독일 외의 게임들 가운데 유명한 작품들도 이 회사를 통해서 독일 내에 소개가 되었고요.
사실 보드엠은 한스 임 글뤽과의 연이 비교적 있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2017년, 대표였던 모리츠 브룬호퍼([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디자이너이자 한스 임 글뤽의 전임 대표였던 베른 브룬호퍼의 아들입니다)가 한국에 왔을때, 일정의 남는 기간 우연히 보드엠을 방문했었고 저희 역시 예기치 않은 방문이어서 불광역 대조시장의 허름한 삼겹살 집에서 저녁을 먹고 몇 가지 작은 게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의례히 한스 임 글뤽의 게임들에 대한 소개를 받긴 했지만, 저희가 언감생심 관심있던 것은 당시 절판된 게임이었던 러시안 레일로드였습니다.
18XX 시리즈 중 [1880:China], [1844], [1854], [레일로드 바론]등을 만든 헬무트 올리, 그리고 올리와 다수의 공동 작업을 했고 그외에도 [18CZ], [18릴리퍼트] 등을 만든 레온하트 오글러가 공동으로 만들었던 게임이었죠.
18 시리즈의 좌장들이 만든 게임이고, 철도 테마의 게임이지만 러시안 레일로드는 드넓은 맵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방식의 18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일꾼 배치의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3개의 선로가 그려진 보드를 받습니다. 3개의 선로 및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각각 철도를 놓고 놓인 철도에 기관차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메인 보드에 자신의 일꾼을 놓는 것입니다. 행동칸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선점이 중요하며,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행동칸은 두 개 의 일꾼을 놓는 방법을 택할 수 도 있습니다. 여기에 조커 역할을 하는 동전 획득, 한 명의 일꾼을 임시로 늘려주는 행동 칸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들을 놓아야 합니다.
6라운드 (4인은 7라운드)를 마치면 게임이 끝나고, 점수 정산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이뤄집니다. 그야말로 일종의 '자체 레이싱'이기도 하고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마다 달려나간 만큼의 점수가 누적되기 때문에, 1, 2라운드에서 엉금엉금 가던 점수가 중후분 라운드에서는 진짜 폭발적으로 달리는 묘미가 있습니다.
이는 점수 뿐만이 아니라, 달려나간 트랙의 특정 지점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들로도 그 재미가 배가됩니다. 게다가 선택의 묘가 있음에도 게임의 리듬감이 좋아서, 상당한 난이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숙련자 기준으로 2시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플레이 타임도 좋은 평가의 축을 담당했습니다. 그 결과 출시된 2013년에는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 1위를 달성했고, 이듬해까지 인터내셔걸 게임 어워드 수상, 미플 초이스 어워드 수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게임이 되었습니다.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도 다분한 게임이어서 이후 독일을 배경으로 한 저먼 레일로드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아메리칸 레일로드가 발표 되었습니다. 다만 이상할 정도로 러시안 레일로드의 절판 이후 리프린트 소식이 잠잠했던 차였습니다.
다시 한스 임 글뤽과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드엠은 러시안 레일로드의 리프린트나 지금까지 나온 합본팩에 대한 계획은 없는 지를 물었고, 대표인 브룬호퍼는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이에 러시안 레일로드의 빅박스 형태의 제품이 나온다면, 한글판 제작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고, 제작사로부터 나름의 약조(?)를 얻었습니다. 다만 그 뒤로 거의 2~3년동안은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인 2021년 한스 임 글뤽으로부터 드디어 러시안 레일로드의 빅박스 팩인 얼티밋 레일로드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고, 몇 년전의 이야기로 인해 한글판의 유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있는 확장들의 합본팩이기에 금방 진행될 줄 알았으나, 한스 임 글뤽 측에서는 합본팩이 나왔을 때 꼭 포함시키기를 원했던 아시아 배경의 확장팩의 디자인 때문에 추가적인 기간 소요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시아 확장팩은 오직 합본팩에만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도요.
그리하여 나온 얼티밋 레일로드는 기존의 러시안 레일로드에 저먼 레일로드, 아메리칸 레일로드, 그리고 신규 확장인 아시안 레일로드가 모두 포함된 엄청난 볼륨의 게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실상 클래식의 복각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재미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좀더 확실한 가시성을 위해 각 목재 철로의 색깔이 바뀌었고, 기존의 육각 토큰 대신 진짜로 렌치처럼 생긴 토큰으로 공장 토큰이 대체 되었습니다. 그 외에 다소 헷갈릴 수 있는 몇 가지의 아이콘이 간략화 되었습니다.
또 러시안 레일로드의 고질적인 아쉬움이었던 접지 부분의 탄성때문에 게임 중에 계속 솟아 올랐던(?) 메인 보드가 좀 더 강한 공정 덕분에 완전히 평평해졌습니다. (다만 접지 부분의 숫자가 칼선주변의 흔적때문에 약간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긴합니다)
또 워낙 많은 구성품을 담았기 때문에 정리에 혼선이 올 수 있는데, 제품 구매후 조립할 수 있는 접시형 트레이로 구성의 편의를 준 것도 얼티밋 레일로드가 갖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스카이마인도 그렇고, 지류 구성품으로 정리함을 만드는 것이 요즘 독일 게임의 추세..?)
얼티밋 레일로드는 그 명성에 힘입어 보드게임 콘 기간동안 400개의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고, 19일 오전 11시에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합니다.
얼티밋 레일로드는 전 세계 공동 생산으로 제작되었고, 먼저 물건을 받은 독일이나 미국 지역에서 아메리칸 레일로드의 주식보드에서 점수 계산시 주식 1/2위 소유자에게 주는 점수 아이콘이 누락된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게임 중 사용되는 아이콘이라기보다는 점수 계산시의 리마인더 용도지만 규칙서 이미지에는 나와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글판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시 해당 아이콘들이 누락되었습니다. 19일 런칭 이후 보드엠 팩토리 사이트내의 얼티밋 레일로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규칙서의 PDF와 함께 출력 후 패치 작업을 할 수 있는 PDF를 별도로 업로드 하겠습니다.
콘에서의 판매분 수령 이후 몇몇 AS 소요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현장에서 언급했듯이 펀칭 보드의 밀림은 실제 그림 아이콘이 펀칭 라인으로 인해 잘려나가지 않는 정도라면 AS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주저하지 마시고 사진과 함께 저희 CS 채널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항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메인 보드의 경우, 접힘시 각 꼭지점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경우라도 보드를 펼쳤을 때에는 잘 맞고 게임 플레이에는 지장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접었을 시의 어긋남이 클 경우 일단 사진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런 사례의 AS 문의는 콘에서 구입자 가운데 지금까지 10건 이내이고, 그 중 심한 몇 분들은 AS 처리를 해드렸습니다. (참고로 저희가 콘 직후 사내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의 안타까운 일이 겹쳐 런칭 제품의 CS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드릴만한 경우에 대한 불응, 혹은 그 반대의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내일(19일) 부터는 어느 정도 정돈된 기준들을 갖게되니 허심탄회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스 임 글뤽의 대표인 모리츠 브룬호퍼가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얼티밋 레일로드와 같은 게임(합본팩)이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니 매우 영광입니다! 이 게임은 제가 (2010년 초반부터) 처음으로 개발에 참여해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 기쁩니다. 저와 게임 작가는 함께 플레이테스트에 무수히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새로운 “아시아” 모듈과 함께, 우리는 아직 다루지 않은 지역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매우 큰 대륙의 이야기를 한번에 이 확장에 뭉뚱그려 담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시 이 정도 규모의 확장을 새로 출시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이 확장에 모두 담았습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아시안 레일로드는 디자이너인 헬무트 올리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모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서도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이 게임 모드를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Moritz Brunhoffer
기상이 넘치는 전략 게임. 얼티밋 레일로드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얼티밋 레일로드의 런칭과 함께 러시안 레일로드의 공동 작가였던 레온하르트 오글러가 얼티밋 레일로드의 제작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게임에 대한 판권을 한스 임 글뤽에게 양도했습니다. 그 덕분에 얼티밋 레일로드의 디자이너는 (박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크레디트에서) 헬무트 올리 단독으로 등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