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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차대한 의료위기, 당신의 선택은? - 응급 상황 이야기
보드엠 2021-12-06 03: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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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중차대한 의료위기, 당신의 선택은? - 응급 상황 이야기
작성자 보드엠
홈페이지 http://boardm.co.kr
이메일 settler@boardm.co.kr

응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2015년에 출시된 프랑스 게임 [Les Poilus]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게임의 디자이너는 프랑스 디자이너들인 파비앙 리파우와 후안 로드리게즈. 그들은 소규모 게임 제작사였던 스위트 게임즈를 위해서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협력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병사들의 귀향 [Les Poilus] 프랑스 초판

 
(게임 제목인 'Les Poilus'는 '털복숭이'라는 뜻으로 1차 대전 중 오랜 야영 생활로 수염이나 머리를 단정하게 못한 파견병 들을 의미했습니다. 이후로는 병사들의 귀향으로 소개합니다.)

 

병사들의 귀향은 훌륭한 게임성 외에도 또 다른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일러스트를 그린 이는 티누스(Tognous)라는 필명으로 불리는 베르나르 벨라크. 그는 게임 일러스트 경험은 거의 없었으며, 본업은 프랑스의 시사 만평지인 샤를리 엡도의 삽화가였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의 원 제작사였던 스위트 게임즈는 1차 대전 참전자들에 대한 헌정의 의미도 있었던 게임이었기에 게임의 일러스트를 친분이 있었던 벨라크에게 맡겼고, 그는 게임이 제작되던 2014년 동안 필요한 작업들을 마치고, 게임이 출시될 2015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1월 7일 파리에 있는 샤를리 엡도의 본사 사무실에 이슬람 과격 테러리스트들이 난입해 총격으로 무려 10명의 직원이 무참히 살해 당했고, 그 가운데는 병사들의 귀향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던 티누스-베르나르 벨라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향년 58세.

  

테러 이후 파리의 거리로 쏟아진 추모 행렬

 이 끔찍한 참상은 아마 당시 뉴스를 보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기억나실 겁니다. 게다가 이는 같은 해 11월의 파리 테러, 다음해에는 니스 테러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프랑스 전역을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의 제작사인 스위트 게임즈와 두 명의 게임 디자이너, 그리고 프랑스 게임계 역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2015년 봄 병사들의 귀향은 예정대로 출시되었고, 게임만큼이나 이제는 펜을 들 수 없는 걸출한 아티스트에 대한 추모의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병사들의 귀향은 여러모로 화제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은 미국에서 'The Grizzled'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이 게임의 유통을 담당한 곳이 바로 CMON (그 당시만 해도 창립명인 Cool Mini Or Not이었습니다.). 당시 CMON은 보드엠과 블러드 레이지를 함께 작업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의 귀향의 원 제작사인 스위트 게임즈를 소개시켜주었고, 이듬해인 2016년 한글판이 출시되었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출시된 1쇄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당연히 2쇄가 예정 되었지만, 이 시기에 게임의 판권이 원 제작사인 스위트 게임즈에서 CMON으로 옮겨졌고, 이 즈음에 보드엠에서도 다른 게임들 출시가 잦아지면서 병사들의 귀향 2쇄는 다소 미뤄졌습니다.

 

이러던 차에 병사들의 귀향응급 상황이라는 새로운 게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제작사가 된 CMON, 그리고 두 디자이너는 병사들의 귀향의 새로운 버전 작업을 하기 전에 적절한 테마부터 고려를 했습니다. 애초에 원작이 역사의 현장에서 몸을 바쳤던 이들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만들어진 게임이라, 새로운 리뉴얼 역시 그에 맞는 무게감을 갖기를 원했습니다.

 

이런 차에 전 세계가 체감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의 의료 전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에 1차 대전의 파견병들은 환자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의료진들로 바뀌었고, 무대는 병원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게임이 바로 응급 상황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7개의 병상이 있는 병원에서 라운드(1주일로 표시)마다 환자들을 입원시키고, 한 주동안 병상 분배를 위해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번아웃 현상이 일어나서 여러가지 불이익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자신의 전문 능력을 활용해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염 카드를 받아서 라운드 마다 이를 처리해야 하며, 감염 증상이 격리 판정이 되어 아예 한 라운드에서 제외되는 치명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테이블 중앙에는 응급 덱과 보건 유지 덱이 있는데, 이 중 라운드마다 응급 덱을 소진시켜서 바닥의 임상 실험 돌입 카드가 보이도록 하면 승리, 의료 붕괴 카드가 보이거나 기타 몇 가지 조건이 생기면 패배입니다.

 

 

병사들의 귀향과의 비교

 

병사들의 귀향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제일 궁금한 점은 역시 응급 상황이 단순히 테마만 바꾼 '리스킨' 게임인지, 아니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 지의 여부일 겁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 다양한 아이콘 보다는 단순히 병상의 개수로만 판단

6종류의 아이콘이 있어서 특정 아이콘이 3개를 넘으면 라운드 패배가 되었던 병사들의 귀향과는 달리 7개의 병상이 초과되지 않아야 한다는 단일 조건으로 바뀌었습니다. 

 

- 감염 카드

어떤 증세가 나타남을 의미하는 감염카드. 이 감염 카드는 독특하게 절반 정도의 비율로 무해한 카드 혹은 역효과를 주는 카드들로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가장 치명적인 격리 카드가 있기 때문에 라운드의 선인 의국장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위험에 다다른 감염자의 카드는 제거해줘야 합니다. 

 

- 좀 더 심각해진 부작용

병사들의 귀향에서는 옵션 규칙 수준이었던 추가 카드 뽑기가 이제는 부작용이라는 이름으로 기본 규칙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위에서 설명한 감염 카드 역시 이 부작용을 통해 받게 됩니다.

  

- 옮겨지는 카드 장수의 제한

최소한 옮겨지는 카드 장수가 최대 6장으로 제한이 생겼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에 비해 숨통이 트인(?) 것 같지만, 플레이어들의 손에 10장의 카드가 있으면 패배 조건이 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대충만 봐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바뀐 부분들은 엄연히 새로운 테마와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귀향은 꽤나 많은 분들이 재판을 요청하셨던 게임입니다.  그에 대한 화답으로 이렇게 의미가 있는 게임으로 다시 소개를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응급 상황의 제작사인 CMON은 일선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와 헌사의 의미로 본 게임의 수익금 일부를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글판 제작을 통해 생기는 로열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모두가 쉽지 않고 힘든 나날들. 그 가운데서 우리를 지키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게임을 통해서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연말연시가 되시기 바랍니다.

 

 


응급 상황은 12월 7일에 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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