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로 할 수 있는 유명한 전통 게임 중 '골프'가 있습니다. 네, 스포츠로 유명한 골프와 같은 어원입니다. 플레이어들의 앞에 카드들을 모두 비공개로 놓고, 덱이나  디스카드 덱의 카드를 자신의 카드와 바꿔가면서 앞에 놓인 카드들을 점차 공개로 바꿉니다. 게임은 누군가의 카드들이 모두 공개되면 끝나고, 앞에 놓인 모든 카드들의 숫자 합을 더해서 총합이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이때 자신의 카드의 전열과 후열의 숫자가 같을 경우 해당 두 장은 0으로 계산합니다.

[골프] 플레이 모습

 오래된 게임이라 다양한 변형이 있는 게임이지만, 골프의 골자는 게임 시작시 자신의 카드들을 비공개로 놓고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점수가 낮을수록 이긴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어원인 '골프' 역시 타수가 적을 수록 승리하는 점수 계산 방식에서 연유합니다.) 

골프의 방식에 기반한 카드 게임들은 정말 많지만, 그 가운데 오래동안 유명세를 떨쳤던 게임으로는 [랫 어 탯 캣]이 있습니다. [랫 어 탯 캣]은 골프의 플레이 방식에서 숫자의 범주를 넓히고, 일부 카드에 기능을 넣었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1995년에 출시되어 멘사 셀렉트에 선정되기도 했고, 후에 [비버반데]라는 이름으로도 출시된 [랫 어 탯 캣]은 명실공히 골프 방식 카드 게임 중 가장 대중화가 된 게임이었습니다. 

골프 방식의 게임은 국내에서도 출시된 바 있습니다. 2008년 국내에서 출시된 [루비 글룸] 역시 골프 방식의 게임으로, 이 게임은 무려 11년이 지난 뒤 [페이퍼 사파리]로 재출시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화제가 된 또 하나의 골프 게임은 2010년작인 [카보]였습니다. 전문 게임 디자이너가 아니었던 맨디 헤닝과 멜리사 라임즈가 만든 이 게임은 독립 퍼블리셔 출판작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패키지가 거의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습니다) 사실상 거의 빛을 보지 못했고, 2019년 [한 밤의 늑대인간]과 [서버비아]로 잘 알려진 베지어 게임즈를 통해서 2판이 나오면서 10여년만에 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베지어 버전의 [카보]는 밋밋했던 카드의 일러스트를 예쁜 이미지들로 새롭게 일신하면서 캐쥬얼한 버전의 골프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일부 카드에 기능이 있고, 라운드 시작시 자신의 카드 2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보드게임긱 커뮤니티에서는 [랫 어 탯 캣]의 카피다/아니다라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보]의 규칙 중 가장 큰 개성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카드 교환시 여러 장의 카드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타수를 낮춰야 승리에 가까워지는 골프 방식 플레이의 특성상 카드의 장수 자체를 줄이는 규칙은 굉장히 혁신적인 부분이었고, 보이지 않는 카드도 교환 대상이 되되 실패했을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는 점은 기억력과 푸시 유어 럭을 오가는 독특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테드 알스팩과 [원 나잇 웨어울프], [웟 나잇 '얼티밋' 웨어울프]

베지어 게임즈의 대표인 테드 알스팩은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그는 일본 게임인 [원 나잇 웨어울프]의 판권을 사온 뒤, 캐릭터의 다양성을 더해서 [원 나잇 얼티밋 웨어울프 (한 밤의 늑대인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알스팩은 [카보]의 판권을 산 뒤 1년만에 [카보]에도 같은 변주의 시도를 했습니다. 자사 게임의 중요한 세계관인 '한 밤의 늑대인간'의 테마를 적용시키고, 3장만 기능이 있었던 [카보]를 더 발전시켜 무려 14장의 카드에 모두 각각의 기능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게임이 바로 [실버]였습니다.

 [실버]의 진행은 사실상 [카보]와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막판 베팅인 카미카제 규칙이 없어지고, 라운드 승자가 획득하는 아뮬렛의 관련 규칙이 추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인 규칙의 변경이 이 정도라면, 14장의 카드 각각에 기능들이 들어가는 점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변화였습니다.

게임의 변주를 위해 카드 별로 기능을 잔뜩 집어 넣는 시도는 좋지만, 차짓하면 혼란을 유발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알스팩이 정한 기능의 일관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0~4번 카드들은 플레이어의 앞에 '공개'되어 있을 경우에만 기능이 발동된다.

- 5~12번 카드들은 덱에서 뽑은 뒤 버리면서 기능을 발동시킬 수 있다.

- 13번 카드는 조합에서 생길 수 있는 예외적인 기능이다.

또, 게임의 심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광고 브랜드나 어린이 책, 비디오 게임 아트워크 전문이었던 앤드리 고디브를 영입해서 기존의 베지어 게임즈의 제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아트워크들을 가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보를 위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1인플을 즐길 수 있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식 게임 출시와 동시에 무료 앱을 공개한 것은 베지어 게임즈의 일종의 자신감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실버]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유럽지역에서는 라벤스부르거가 유통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성공에 힘입어 [실버]의 부제였던 '아뮬렛'이 서서히 부각이 되었습니다.

베지어 게임즈는 언제나 동일한 규칙으로 이어지되, 14장의 카드 기능만 달리한 시리즈를 계속 출시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카드의 숫자만 같다면' 서로 다른 실버 시리즈의 카드를 혼용해서 플레이하는 것으로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2020년 한 해 동안 무려 3개의 '실버' 시리즈인 -[실버 : 불릿], [실버 : 코인], [실버 : 대거]가 출시되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부제들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입니다. (Amulet, Bullet, Coin, Dagger...)

보드엠은 현재 베지어 게임즈와 실버:아뮬렛, 그리고 실버:불릿의 계약을 했고 시리즈로 이어갈 가능성을 염두했기 때문에 첫 번째 게임의 제목도 아예 부제를 붙인 실버:아뮬렛으로 결정했습니다. 

영문판은 그냥 Silver지만, 한글판 제목은 실버:아뮬렛입니다.

실버:아뮬렛은 카드 게임이지만, 시리즈별 상징 오브젝트인 아뮬렛의 고급스러움,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트레이 전문 제작사인 게임 트레이즈가 만든 고퀄의 트레이등으로 고급진 느낌의 결과물로 만들어 졌습니다.

실버:아뮬렛은 인원수를 타지 않으며, [카보]에서 계승한 간단한 규칙, 여기에 캐릭터들의 기능이 주는 다양함이 만점이 게임입니다. 캐릭터의 기능들은 리플레이성을 확 높혔으며, 다른 시리즈와의 혼용으로 그 시너지가 더해져서 소위 말하는 '단순하게 즐기는 밤새기/MT/여행용 게임'으로 좋습니다. 보드엠으로서는 [러브 레터], [인피니티 건틀렛] 같은 포지션으로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던 실버:아뮬렛이 3월 29일 (월)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기념으로 여러개 합본으로 살 수 있는 패키지 판매를 준비중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차기 시리즈인 실버:탄환('탄환' 혹은 '총알' 아직 미정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말에 가까운 '총알'이 될 듯 합니다.)의 출시도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https://boardm.co.kr/front/product/product_detail.php?seq=15740&pinid=